[해외 크리에이티브] AI가 만든 비트코인슬롯, NBA 결승전 생중계 중 전파 탔다
[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NBA 결승전 중계 중 등장한 이색 비트코인슬롯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비트코인슬롯 속에는 성조기를 두른 상반신 노인, 달걀로 가득 찬 풀장에서 둥둥 떠 있는 농부, 맥주를 들이키는 외계인, 그리고 반짝이는 분홍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잔빙차(Zamboni)를 모는 여성이 등장한다. 이 기이하고 혼란스러운 장면들로 구성된 비트코인슬롯는 전적으로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됐다.
이 비트코인슬롯는 실제 사건에 돈을 걸 수 있는 시장 플랫폼 ‘칼시(Kalshi)’를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제작자는 유튜버이자 감독인 PJ 에이스(PJ Ace)다. 비트코인슬롯 제작에는 구글의 최신 AI 비디오 생성기인 ‘비오 3(Veo 3)’가 사용됐으며, 총 비용은 단 2,000달러, 제작 기간은 이틀에 불과했다.
비트코인슬롯는 농산물 물가, 특히 달걀 가격 예측처럼 실제 시장 예측 베팅을 다룬다. NBA 결승전 방송 시간에 맞춰 방영된 만큼 비트코인슬롯 속 AI 캐릭터들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냐, 인디애나 페이서스냐”를 외치며 챔피언 팀에 대해 내기를 벌이기도 했다.
칼시 측은 “처음부터 AI 영상 제작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지만, 일반 영상 제작사로부터 받은 6~7자리(달러 단위)의 견적과 긴 제작 기간이 우리의 니즈에 맞지 않았다”며 “‘세계가 미쳐 돌아간다’는 비트코인슬롯 콘셉트에 맞는 기상천외한 장면을 원했기 때문에 AI가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오 3의 영상 클립 길이 제한(최대 8초)을 감안해 빠르게 장면을 전환하는 구조로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PJ 에이스는 X(前 트위터)와 유튜브를 통해 제작 과정을 공유했다. 그는 “NBA 결승전과 관련된 다양한 시장을 주제로 비트코인슬롯를 제작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AI 콘텐츠의 특성을 살려 미친 캐릭터들이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시나리오는 제미나이와 챗GPT의 도움을 받아 구상했고, 최종적으로 300~400회의 생성 시도를 거쳐 15개의 사용 가능한 클립을 뽑았다. 전체 비트코인슬롯는 전통적인 비트코인슬롯에 비해 약 95% 저렴하게 제작됐다는 설명이다.
15년 이상 감독 경력을 가진 그는 “AI 비트코인슬롯가 저렴하긴 하지만, 여전히 고급스러운 연출에는 프리미엄 비용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비트코인슬롯의 미래에 대해 “소규모 팀이 매주 브랜드와 연관된 바이럴 콘텐츠를 제작하고, 전통 비트코인슬롯 대비 80~90%의 성과를 훨씬 낮은 비용으로 달성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AI 비트코인슬롯의 의의는 단순히 ‘기술 시연’에 머무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AI 비트코인슬롯는 ‘AI로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메시지를 압도하는 경향이 있다. AI 비트코인슬롯가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사실 “AI로 완전히 제작됐다”는 맥락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AI 콘텐츠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흐릿한 윤곽선이나 손가락 오류 같은 문제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진정한 과제는 기술이 아닌, 콘텐츠가 사람에게 얼마나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느냐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낮은 제작 비용이 가장 큰 장점으로 주목받지만, 유사한 콘텐츠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이마저도 금세 식상해질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AI는 비트코인슬롯 메시지 전달의 유력한 도구로 자리 잡겠지만, 감정의 깊이와 인간적 연결을 만들어내는 ‘연기’나 ‘표현’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 AI 비트코인슬롯는 현재 시점에서는 흥미로운 실험이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