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디 로즈의 과제: 광고회사를 새롭게 정의한다
[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홀덤가 신디 로즈(Cindy Rose)를 차기 CEO로 공식 선임했다. 글로벌 미디어·테크 기업을 두루 거친 로즈는 오는 9월 1일부터 마크 리드(Mark Read)의 뒤를 이어 홀덤의 새로운 CEO로 취임할 예정이다.
이 인사는 단순한 리더십 교체를 넘어, 광고 산업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상징적 전환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로즈는 광고 업계 외부 출신으로, 기존 업계 내부에서 다음 CEO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일부에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바로 그 예상 밖의 선택이지금의 홀덤가 직면한 구조적 변화와 무게를 보여주는 단서다.
마크 리드의 퇴임과 ‘방향성’에 대한 질문
마크 리드는 홀덤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리더로마틴 소렐(Martin Sorrell)의 전격 사임 이후 2018년 CEO 자리에 올랐다. 이번 인사에는 단기 재무 실적 부진뿐 아니라, AI 전략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 부족에 대한 지적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이다. 일각에서는 “홀덤가 AI에 뒤처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AI에만 이유를 돌리는 것은단편적인 해석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마크 리드와 홀덤는 실제로 AI 전환에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였다. 홀덤는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인포썸을 인수했으며, Stability AI에 투자했다. 그리고 홀덤 오픈(홀덤 Open) 플랫폼과차세대 데이터 솔루션 ‘오픈 인텔리전스’ 도입했으며, 리드는 2024년 칸 라이언즈를 비롯한 다양한 발표 무대에서 AI 전략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관심’이 아닌 ‘방향’이었다. AI에 대한 투자는 이어졌지만, 구체적인 목표와 실행 전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광고주는 단순한 크리에이티브를 넘어 커머스, 클라이언트 경험(CX), 데이터 기반 마케팅 등 통합적이고 실용적인 솔루션을 원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홀덤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퍼블리시스와의 전략적 차이
이러한 방향성의 차이는 퍼블리시스(Publicis Groupe)와의 비교를 통해 더 뚜렷해진다. 퍼블리시스는 2010년대 중반부터 사피언트(Sapient), 엡실론(Epsilon), 시트러스애드(CitrusAd), 인플루엔셜(Influential) 등 주요 기업을 인수하며 마치 ‘모자이크를 맞추듯’ 일관된 플랫폼 전략을 전개해왔다.
단순 광고회사를 넘어 데이터 기반 통합 마케팅 플랫폼으로 체질을 바꾸며, 브랜드가 요구하는 커머스·CX 중심의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구축한 것이다. AI 플랫폼인 ‘마르셀(Marcel)’은 내부 인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전사적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했다.
그 결과 퍼블리시스는 코카콜라, 마즈(Mars) 등 주요 글로벌 계정을 홀덤로부터 유치하며 성과로 연결시키고 있다.
홀덤의 구조적 한계와 리스크
홀덤는 오랜 기간 마틴 소렐(Martin Sorrell) 전 CEO가 주도한 대규모 M&A 전략의 후유증에 시달려왔다. 수십 년간 이어진 인수합병은 중복된 조직, 불분명한 브랜드 정체성, 자회사 간 시너지 부족 등 구조적 비효율을 낳았고, 이는 조직을 유기적으로 운영하는 데 큰 장애가 되었다.
마크 리드와 홀덤는 이러한 후유증을 해소하고자 칸타(Kantar) 지분 매각, 브랜드 통합, 인력 감축 등 재무 안정화 조치를 추진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구조 개편에는 한계가 있었고, 자회사 간 협업 체계 구축이나 유연한 조직 운영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최근 경기 둔화와 맞물려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처럼 구조적 리스크와 포트폴리오 편중 문제는 플랫폼 기반 경쟁 구도에서 홀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신디 로즈, 무엇을 해야 하나
신디 로즈는 마이크로소프트 영국지사 CEO, 아마존 UK 디지털 부문 총괄 등을 역임하며, 콘텐츠 유통과 디지털 전환을 이끈 리더로 알려졌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공공 부문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로 주목받았다.
홀덤는 최근 몇 년간 광고와 마케팅의 디지털화, AI 기술 접목, 클라이언트 맞춤형 크리에이티브 확대 등 “테크 중심 광고 기업”으로의 재편을 추진해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술 및 디지털 전문성이 강한 리더십이 절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광고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업계에 깊이 뿌리내린 복잡한 생태계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기존 문법을 뛰어넘는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인사"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로즈의 홀덤 합류를 “충격적인 선택”이라 표현하면서도, 그녀가 디지털-데이터 중심 조직 개편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면, “충격적인 전환(shock turnaround)”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로즈가 디지털 전환과 조직 통합, AI 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2019년부터는 홀덤 이사회 비상임 이사로 내부 사정에도 밝기 때문이다. 그녀가 홀덤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AI·디지털 전환의 실질적 성과 창출
- 홀덤 오픈 상용화: 수억 달러가 투입된 홀덤의 AI 기반 마케팅 플랫폼 ‘홀덤 오픈’을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
- AI·데이터 기반 솔루션: 개인 맞춤형 마케팅, 자동화된 콘텐츠, 퍼포먼스 중심 전략 등 AI 기술이 클라이언트 가치로 직결되도록 해야 한다.
- 기술 파트너십 확대: 엔비디아 등과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AI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2. 조직 통합과 내부 시너지 강화
- 조직 재편: 브랜드 중복과 기능 분산 문제를 해결하고, 클라이언트 중심의 통합 운영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 M&A 후유증 정리: 과거 인수합병으로 인한 조직의 분절화와 비효율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3. 주요 시장 전략 및 글로벌 포트폴리오 다각화
- 미국 시장 회복: 홀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의 반등 전략이 필요하다.
- 중국 의존도 완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고 포트폴리오를 동남아·중동·아프리카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 글로벌 광고주 맞춤 전략: 코카콜라, 유니레버 등 주요 광고주에 대해 통합형 솔루션 제공 역량 강화가 필수다.
4. 마케팅-테크-콘텐츠 통합 리더십 확립
- 성과 중심의 파트너십: 홀덤는 단순 크리에이티브 제작을 넘어서, 실질적인 비즈니스 결과를 책임지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 신성장 동력 확보: 커머스, 콘텐츠, 데이터 기반 신사업 발굴이 중요하다.
5. 조직문화 및 인재 전략 혁신
- 포용적 조직문화 정착:다양성과 심리적 안정, 정신건강을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기업문화 조성이 과제다.
- 디지털·AI 인재 확보 및 리더십 육성:기술 친화적인 젊은 리더의 육성과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해 미래 대비가 필요하다.
6. 내부·외부 신뢰 회복
-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CEO 교체 이후 투자자, 클라이언트, 직원 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투명한 리더십 소통이 요구된다.
- ESG 전략 정비: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ESG전략을 수립하고 내재화해야 한다
7. 브랜드 신뢰와 평판 관리
- 광고 윤리와 사회적 책임 대응:AI 오용, 허위 광고, 그린워싱 이슈 등에 선제적이고 책임 있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 강화:브랜드 이슈나 사회적 논란 발생 시 신속하고 신뢰성 있는 대응 구조가 필수다.
8. 홀덤 브랜드 정체성 재정립
- ‘광고회사’를 넘어서는 브랜딩:AI, 데이터, 콘텐츠, 커머스를 아우르는 ‘크리에이티브 테크 플랫폼 기업’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의해야 한다.
- 내부 브랜드 일관성 확립:다수 자회사 간 분절된 이미지가 아닌, ‘하나의 홀덤’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대의 시험대
신디 로즈의 임명은 홀덤가 더 이상 전통적인 광고회사의 틀에 머물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제 홀덤는 단순한 크리에이티브 제공을 넘어, 데이터, 커머스, 기술이 융합된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해야 한다.
광고 산업의 변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홀덤의 미래는 신디 로즈의 리더십 아래 산업 전환의 방향성을 얼마나 빠르게, 정확하게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광고 산업의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홀덤의 변화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