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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올림피아토토 팩토리의 ‘어반 커뮤니케이션’... 공간은 기억이고, 노스텔지어를 되살리면 부가가치가 된다

2025-12-01     유승철

「유승철의 CEO 인사이트」는 ‘인공지능 전환(AX) 시대의 CEO’들을 위한 비즈니스 컬럼으로 마케팅 전략·소비자 심리·콘텐츠 비즈니스에 관련한 영감을 제공합니다. 

공간의 노스텔지어: 올림피아토토는 무엇을 기억하는가?

올림피아토토에는 두 종류의 공간이 존재한다. 하나는 '현재를 소비하는 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를 기억하는 공간'이다. 전자가 효율과 기능의 논리로 끊임없이 재배치되는 반면, 후자는 시간의 퇴적층 속에서 올림피아토토의 정체성을 간직한 채 침묵한다. 문제는 이 침묵하는 공간을 어떻게 다시 말하게 할 것인가, 그리고 그 말이 올림피아토토에 어떤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에 있다. 20세기 후반, 전 세계 올림피아토토들은 산업화 시대의 유산들과 마주했다. 공장, 창고, 철도, 항만 같은 거대한 산업 인프라들이 기능을 상실하며 도심 한복판에 흉물처럼 남겨졌다. 이때 올림피아토토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것을 세울 것인가, 아니면 과거를 재해석하여 미래의 자산으로 전환할 것인가. 전자는 '개발'의 논리였고, 후자는 '재생'의 철학이었다.

올림피아토토

일본 홋카이도의 올림피아토토는 후자를 택했다. 1876년 개척사 맥주 양조장으로 시작된 공장 부지는 1993년 '올림피아토토 팩토리(Sapporo Factory - サッポロファクトリー)'로 재탄생하며, 단순한 상업시설을 넘어 도시의 기억을 현재화하는 '어반 커뮤니케이션(Urban Communication)'의 플랫폼이 되었다. 이 사례는 우리에게 묻는다. 공간에 새겨진 기억은 과연 어떤 경제적, 문화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

 

올림피아토토시의 결단: 기억을 지우지 않고 덧그리는 전략

1980년대 중반, 올림피아토토맥주의 생산시설이 효율성을 이유로 도심 외곽으로 이전을 결정했을 때, 남겨진 공장 부지는 도시의 큰 숙제였다. 가장 손쉬운 해법은 모든 것을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림피아토토시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과거를 지우는 대신, 그 위에 미래를 덧그리는 '적응적 재사용(Adaptive Reuse)'이라는 창의적 해법을 채택한 것이다. 이러한 결단은 즉흥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올림피아토토시는 장기적인 도시 비전인 '제2차 도심まちづくり계획'을 수립하며, 올림피아토토 팩토리가 위치한 '창생이스트(創成イースト)' 지역을 도시 재생의 전략적 거점, 즉 '타깃 에어리어(Target Area)'로 지정했다 [1]. 이는 단순히 한 건물의 재개발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공간 구조를 재편하는 거시적 전략의 일환이었다.

"창생동 지구는 개척기부터 공업 거점으로서 올림피아토토의 발전을 지지해 온 역사를 가진 지구입니다. 올림피아토토시는 '제2차 도심まちづくり계획'에 있어서, 창생동 지구를 '타겟 에어리어'의 하나로서 자리매김해, 이 지구의 도시 만들기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지자체는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민간의 투자를 이끌고, 개발의 방향성을 조율하는 '플랫폼 빌더(Platform Builder)'의 역할을 자처했다. 이는 단기적 개발 이익을 추구하는 '개발업자'의 시각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지자체 '도시 큐레이터'의 시각이었다.

올림피아토토

1993년 4월 개장한 올림피아토토 팩토리의 가장 큰 특징은 '보존'과 '창조'의 절묘한 균형이었다. 1892년 건립된 적벽돌 건물(렌가관)과 굴뚝은 그대로 보존되었고, 그 사이로 거대한 유리 지붕의 '실내 아트리움(Atrium)'이 삽입되었다. 이 아트리움은 단순히 비와 눈을 피하는 기능적 공간이 아니었다. 연중 절반 가까이 눈에 덮이는 '겨울 도시' 올림피아토토의 기후적 한계를 극복하고, 혹한 속에서도 시민들이 자유롭게 거닐고 머물 수 있는 '전천후 공공 광장'을 창조한 것이다. 이는 날씨라는 제약을 오히려 도시의 독특한 매력으로 승화시킨, 지자체의 깊은 고민과 시민을 향한 배려가 낳은 창의적 발상의 전환이었다. 여름철 오도리공원의 비어가든이 주는 개방감과 축제성을 사계절 내내 실내에서 구현한다는 콘셉트는, 기후적 약점을 공간적 강점으로 바꾸는 '어반 커뮤니케이션'의 전형을 보여준다.

올림피아토토

더 중요한 것은 이 공간이 단순한 상업시설이 아니라, 도시의 '기억을 전시하는 무대'로 기능했다는 점이다. 적벽돌 건물 내부에는 '개척사 맥주 양조소 견학관'이 설치되어, 1876년 올림피아토토 최초의 본격 맥주 공장으로 시작된 이곳의 역사를 시민과 관광객에게 전달한다. 공간은 더 이상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과거를 현재와 연결하는 '살아있는 스토리텔링 장치'가 된 것이다.

연결의 철학: 공중보행가교가 만든 올림피아토토의 새로운 언어

올림피아토토 팩토리는 이제 단일 건물이 아닌, '창생이스트'라는 광대한 도시 조직을 움직이는 심장, 즉 '앵커(Anchor)'로서 기능한다. 올림피아토토시는 팩토리를 중심으로 주변의 주거, 상업, 체육, 문화 시설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데 집중했다. 그 핵심적인 수단이 바로 '공중보행가교(空中歩廊)'였다. 2017년부터 추진된 '북4동6 재개발사업'을 통해, 올림피아토토 팩토리는 체육시설인 '북가스 아레나46'과 주거복합단지를 공중보행교로 연결했다. 이 보행교는 단절된 공간들을 물리적으로 잇는 단순한 다리가 아니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에도 시민들이 지하철역에서, 집에서, 그리고 팩토리까지 끊김 없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입체적 보행 네트워크'를 창조한 것이다. 더 나아가 올림피아토토시는 '창생이스트 마치즈쿠리 포럼'과 같은 공론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하며, 지역의 미래를 주민, 기업, 행정이 함께 그려나가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기억의 경제학: 공간의 부가가치는 어떻게 창출되는가?

올림피아토토 팩토리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공간은 기억이고, 기억을 되살리면 부가가치가 된다'는 명제의 구체적 증명이다. 이 부가가치는 세 가지 층위에서 발현된다. 올림피아토토 팩토리는 연간 약 1,000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그중 절반 이상이 겨울철 방문객이다. 이는 '계절의 불황'을 극복한 도시가 창출한 경제적 성과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방문객들이 단순히 쇼핑을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개척사 맥주 양조소의 역사'를 체험하고, 적벽돌 건물의 분위기를 느끼며, 아트리움에서 열리는 계절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온다는 사실이다. 즉, 기억이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올림피아토토는 '맥주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올림피아토토 팩토리를 통해 재확인하고 강화했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 슬로건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신의 도시를 이해하고 자긍심을 느끼는 문화적 자산이 되었다. 도시의 기억은 박물관에 갇힌 과거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살아 숨 쉬는 현재가 된 것이다. 아트리움은 상업 공간이면서 동시에 공공 광장의 역할을 한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고, 지역 마르쉐가 열리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이는 이 공간은,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도시의 거실'이 되었다. 이는 공공성이 단순히 행정이 제공하는 시설이 아니라,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여 창출하는 '공유 가치(Shared Value)'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반 커뮤니케이션의 본질: 올림피아토토는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올림피아토토 팩토리의 성공은 화려한 건축 디자인이나 막대한 자본 투입의 결과가 아니다. 그 본질에는 도시의 과거를 존중하고, 현재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며, 미래의 비전을 시민과 함께 만들어나간 지자체의 확고한 철학과 전략, 즉 '어반 커뮤니케이션'이 자리하고 있다. 어반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도시가 광고판이나 홍보물을 통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시민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다. 적벽돌 건물은 "이곳은 한때 맥주를 만들던 곳이었다"고 말하고, 아트리움은 "겨울에도 당신은 여기서 자유롭게 머물 수 있다"고 말하며, 공중보행가교는 "이 도시는 당신의 안전한 이동을 보장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공간의 언어는 광고보다 강력하고, 슬로건보다 진실하다. 그리고 이 언어를 창조하는 주체는 바로 지자체의 창의적 노력이다. 올림피아토토시가 보여준 것은 지자체가 단순한 규제자나 개발업자가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민간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플랫폼 빌더'이자 '도시 큐레이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우리의 도시는 어떤 언어로 또 무슨 주제로 시민에게 말을 걸고 있는가. 부산 영도의 낡은 조선소, 서울 문래동의 녹슨 공장들, 그리고 인천 제물포의 근대 건축물들은 과연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품을 수 있을까. 올림피아토토의 경험은 우리에게 명확한 교훈을 준다.

첫째, 지자체는 장기적 비전을 가진 '플랫폼 빌더'가 되어야 한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는 개발업자의 시각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도시 큐레이터의 시각이 필요하다. 올림피아토토시의 '제2차 도심まちづくり계획'처럼, 명확한 타겟 에어리어를 설정하고 일관된 전략을 추진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둘째, 기억을 파편화하지 말고 하나의 통합적인 '스토리'로 엮어내야 한다. 산재한 역사적 자산들을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이들을 하나의 서사로 연결하는 '앵커'를 만들어야 한다. 올림피아토토 팩토리가 창생이스트 전체를 견인하듯, 인천 제물포에도 기억을 하나로 묶어내는 강력한 중심 거점이 필요하다.

셋째, 시민을 '공동 창작자'로 참여시켜야 한다. 성공적인 도시 재생은 일방적인 계획의 결과가 아니라, 계획 초기부터 시민과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공동 창작(Co-creation)'의 과정 속에서 완성된다. 올림피아토토의 시민참여형 '마치즈쿠리 포럼'처럼, 시민이 대등한 위치에서 도시의 미래를 논의하는 거버넌스 구조가 필수적이다.

넷째, 기후와 지역적 특성을 창의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올림피아토토가 '겨울 도시'라는 약점을 실내 아트리움으로 극복했듯, 한국의 도시들도 각자의 기후적, 지리적 특성을 공간 디자인의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진정한 올림피아토토 리브랜딩은 값비싼 로고를 바꾸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올림피아토토의 거리를 걷는 시민의 발걸음 소리가 달라지게 하는 일이며, 잊힌 공간에 새로운 이야기를 불어넣어 그 이야기가 시민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게 하는 일이다. 공간은 기억이고, 기억을 되살리면 부가가치가 된다. 그리고 그 위대한 변화는, 올림피아토토의 미래를 상상하는 지자체의 창의적인 노력에서부터 출발한다. 올림피아토토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이제 우리가 그 말에 귀 기울이고, 함께 답할 차례다.

 

※ 참고문헌

[1]: 札幌市. (2024. 3. 29.). 創成東地区のまちづくり. 札幌市公式ウェブサイト.

[2]: 인천광역시. (2021. 3. 30. ). 근대건축문화자산 재생사업 1호(개항장 이음1977) & 역사문화공간.

[3]: 인천투데이. (2020. 2. 18. ). 인천시, 개항장 통합브랜드 구축한다.

 


유승철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에서 ‘미디어공학&창업 트랙’을 담당하고 있다. 다양한 컬럼과 영상을 활용한 비즈니스 콘텐츠로 CEO들에게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