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스템 베팅 업계의 판도 (Part I: 통합의 시대)

글로벌 시스템 베팅 업계의 판도 (Part I: 통합의 시대)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5.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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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베팅

[ 매드타임스 양경렬 칼럼니스트]덴츠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광고비 성장률은 5.9%, 시장 규모는 8,17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세계 경제 성장률인 3.2%를 웃도는 수치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브라질 등 주요 국가에서 광고비 지출이 개선되고 있으며, 디지털 광고는 두 자릿수 성장률(10.7% 증가)로 회복되어 전체 광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8%에 이르게 된다. 특히 광고 산업은 기술 세계의 실험장이 되면서 사회 전반에 도입되기 전에 최첨단 기술을 시험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한 광고 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 갈지 살펴보자.

The Big Six

대부분의 사람은 전 세계 수백 개의 광고회사를 독립된 개별 회사로 인식하지만, 사실 많은 부분이 10여 개 남짓한 대형 지주회사의 거대한 우산 아래에 속해 있다. 이 중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큰 여섯 개의 광고 지주 회사인 WPP, Publicis, Omnicom, IPG(Interpublic Group), Dentsu 그리고 Havas를 광고 업계에서는 ‘The Big Six’라고 한다. 이들은 압도적인 규모와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바탕으로 광고 산업을 선도하며 긴 역사, 거대한 자본력 그리고 방대한 인력을 자랑한다. 새로운 회사를 인수하거나 일부를 잃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살아 있는 유기체”이기도 하다.

WPP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규모의 광고 커뮤니케이션 회사 그룹이다. 대표적인 회사로는 AKQA, BCW, Mindshare, Hill & Knowlton Strategies, Ogilvy, Grey, Wavemaker, CMI Media Group, Essence Global, Finsbury 등과 같은 유명 기업을 포함한다. Omnicom Group은 미국 뉴욕시에 본사를 둔 WPP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광고 회사 지주 그룹이다. 잘 알려진 회사로는 BBDO Worldwide, OMD, PHD, Ketchum, FleishmanHillard, Tribal Worldwide, DDB, Porter Novelli 등이 있다. Publicis Groupe은 프랑스 파리 기반을 둔 거의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광고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온 선두주자이다. 그룹 산하에는 Saatchi & Saatchi, Publicis, Leo Burnett, Digitas, BBH, MSL Group, Spark Foundry, Epsilon, Razorfish, Arc Worldwide 등 잘 알려진 대형 광고 회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Havas 또한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다국적 시스템 베팅 커뮤니케이션 지주 회사이다. 대표적으로 Arnold, Boondoggle, Buzzman, One Green Bean, BETC, Conran Design Group 등 다양한 회사를 산하에 두고 있다. IPG(Interpublic Group)는 미국 뉴욕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Mediabrands, McCann Worldgroup, MullenLowe Group, FCB, IPG DXTRA, Marketing Specialists 등 6개의 주요 네트워크와 여러 특화 에이전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Dentsu는 1901년 일본에서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광고 커뮤니케이션 그룹이다. Dentsu International, iProspect, Isobar, Fountainhead MKTG, Vizeum 등의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시스템 베팅 업계 첫번째 키워드: 통합

현재 시스템 베팅 업계는 전세계적으로 통합이라고 하는 거대한 흐름이 진행되고 있다.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시달리는 시스템 베팅 업계는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운영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한 대형 에이전시들은 통합을 통해 규모의 이점을 활용해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광고 기술(Ad-tech)과 마케팅 기술(Martech) 기업 역시 운영 규모를 키우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 통합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이제는 필수이다. 수천 개의 디지털 공급업체들이 존재하면서 시장은 오랫동안 포화 상태에 시달려왔다.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광고 회사와 광고주 모두에게 중복, 혼란, 비효율성이 초래되었다. 이러한 통합에는 항상 기술이 병행하면서 새로운 효율성의 물결을 이끌어 간다. 하지만 통합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에는 비용 효율화에 대한 광고주로부터의 끊임없는 요청에 있다. 광고주로부터 광고 캠페인의 성과와 효율성을 지속적해서 요구받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을 통해 얻는 규모의 경제는 논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어서 대형 지주 회사를 중심으로 한 업계 통합으로의 움직임은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시스템 베팅업계, 대통합의 시대

최근 광고업계에서 가장 큰 통합이라고 하면 The Big Six에 속해 있는 광고 대형 지주사인 Omnicom과 IPG의 합병일 것이다. 현재 인수 작업이 진행 중이며 2025년 하반기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The Big Six’는 ‘The Big Five’가 되면서 새롭게 탄생한 Omnicom은 업계 1위 자리로 오르게 된다. 글로벌 광고업계 재편의 중요한 신호탄이면서 전 세계에 걸쳐 있는 자회사 에이전시 브랜드들 사이에서 연쇄적인 소규모 합병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술, 데이터, 미디어 영향력 측면에서 상당한 규모를 갖추게 되며, 빠르고 대량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추게 된다. Omnicom의 Flywheel과 IPG의 Acxiom 같은 플랫폼을 통합함으로써 매우 강력한 조합으로 특히 리테일 미디어와 AI 기반 광고 분야에서 차별화된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백오피스 기능 통합과 중복 인력의 조정으로 막대한 규모의 비용 절감을 기대한다.

지주 회사 그룹 내에서의 조직 통합 작업은 이전부터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런 움직임은 최대 지주회사인 WPP에 먼저 시작되었다. 2023년 10월, WPP는 그룹 내 핵심 회사인 Wunderman Thompson과 VMLY&R을 합병해 새로운 조직인 VML을 출범시켰다. 또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인 Grey를 Ogilvy 그룹으로 편입시킨다. 1917년에 설립된 Grey와 1948년에 설립된 Ogilvy는 WPP 산하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에이전시 브랜드 중 두 곳이다. Grey는 브랜드 이름은 유지하면서 Ogilvy와 재무 구조와 연계되어 실질적으로 Ogilvy의 손익(P&L)에 포함되지만, 이번 조치는 두 에이전시가 "공통된 가치와 상호 보완적인 강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PR 분야에서는 BCW와 Hill & Knowlton을 합병해 Burson이라는 새 브랜드로 출범시켰고 미디어 부문에서는 Group M을 단순화하여 ‘WPP Media’로 개편했다.

Publicis Groupe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최근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인 Leo Burnett와 Publicis Worldwide가 합병하여 'Leo'라는 하나의 조직으로 재탄생했다. Leo는 전 세계 90개국에 걸쳐 Leo Burnett 소속의 약 8,000명, Publicis Worldwide 소속의 약 7,000명 등 총 15,000명의 크리에이티브 인력을 포함한다. 이번 조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부상하는 시대에 맞춰, 퍼블리시스 그룹의 에이전시들이 크리에이티브와 데이터를 보다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목적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면서, 데이터 기반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다.

통합 과정은 지주회사만이 아니라 중소규모 독립 회사들 사이에서도 동시 진행이 되고 있다. 특히 시스템 베팅 기술 (AD-Tech) 분야의 인수합병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미디어오션(Mediaocean)은 커넥티드 TV(CTV) 광고 및 측정 플랫폼인 이노비드(Innovid)를 5억 달러로 인수한다. 영국에서는 바우어 미디어(Bauer Media)와 클리어 채널(Clear Channel)의 합병으로 영국의 미디어 환경이 재편되고 있다. 라이브램프(LiveRamp)의 하부(Habu) 인수, 에퀘이티브(Equativ)와 셰어스루(Sharethrough)의 합병 등이 진행되고 있고 독립적인 SSP(Supply Side Platform)와 데이터 제공업체들이 점점 더 큰 광고 생태계에 흡수되고 있는 등 광고 업계의 인수합병은 전 세계 트렌드이다.

인수합병을 통한 통합을 통해서 기업들은 빠르게 역량을 확장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견고한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닦는다. 또한, 글로벌 시스템 베팅 시장의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학과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재편을 의미한다. 시스템 베팅 업계의 통합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의도와 투명성, 특히 고객을 중심에 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이루어진 통합은 실질적인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 더 강력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고, 비효율성이 줄어든다. 반드시 독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 오히려 공정성과 경쟁을 촉진하고, 업계 및 시스템 베팅주 모두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그 추진력이 오직 재무적 이익에만 기반을 두고, 실무자나 고객이 아닌 주주만을 고려한 불투명한 결정이라면, 그 결과는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미래 시스템 베팅 회사의 진화: 통합 그리고 생존 전략

이러한 통합과정을 거치면서 현재의 광고 시장은 두 가지 주요 모델로 정착되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하나는 막대한 권력과 자원을 자랑하는 거대한 글로벌 제국이며, 다른 하나는 창의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민첩한 부티크 형 에이전시이다. 아이러니하게 글로벌 차원의 대형 기업들의 통합은 독립 에이전시에게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대형 기업들은 자원을 통합하며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소규모 에이전시들은 세분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광고 업계의 피라미드의 상단은 소수의 대형 기업들이 지배하면서 점점 더 집중되고 있지만, 하단은 소규모 에이전시를 중심으로 점점 더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인재가 기존의 대형 에이전시를 떠나 소규모 에이전시를 창업한다. 이 중에는 향후 대기업으로의 인수를 염두에 두고 매력적인 포지셔닝을 시도하는 에이전시들도 있다.

독립 에이전시들은 느리고 비대하며 비용이 많이 드는 대형 에이전시 모델에 대한 “직접적인 경쟁자”로서 창의적이고 가치 지향적인 조직으로 포지셔닝한다. AKQA를 무에서 시작해 5,000명 규모로 키우고, 이를 WPP에 5억 4천만 달러에 매각한 뒤 10년 넘게 이를 리드해 온 창립자 Ajaz Ahmed는 관료적인 대형 에이전시들에 대한 도전장을 내밀고 최근 새로운 회사 Studio.One을 출범시켰다.

글로벌 광고 업계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급변하는 환경과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에이전시들은 제한된 자원으로 더 많은 성과를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통합의 물결은 더욱 거대한 변화의 서막일 수 있으며, 향후 산업의 판도를 좌우할 분기점이 될 것이다. 수많은 도구와 서비스가 난립하는 가운데, 진정한 승자를 가려내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오히려 더 많은 패자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똑똑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향후 시스템 베팅 업계가 변화의 파고를 어떻게 넘어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경렬 나고야 상과대학(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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