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커뮤니케이션] 케이슬롯, 가장 강력한 미디어가 되는 순간

[하이브리드 커뮤니케이션] 케이슬롯, 가장 강력한 미디어가 되는 순간

  • 이광호
  • 승인 2025.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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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슬롯동 케이슬롯의 집결지, 연무장길에서 MZ세대를 타깃으로 진행된 캐스퍼 케이슬롯 ‘캐스퍼 취향 충전소’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뉴스룸)
성수동 케이슬롯의 집결지, 연무장길에서 MZ세대를 타깃으로 진행된 캐스퍼 케이슬롯 ‘캐스퍼 취향 충전소’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뉴스룸)

성수동 연무장길 한복판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케이슬롯의 열기를 직접 마주하며 올 가을을 보내고 있다. 마케터로서 케이슬롯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어떻게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미디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이 글을 시작한다.

성수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케이슬롯의 집결지다. 과거 공장과 수제화 작업장이 즐비했던 이 지역은 도시재생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높은 층고와 넓은 평지, 화물 엘리베이터가 남아 있는 옛 공장 건물들은 카페·갤러리·쇼룸으로 손쉽게 변모하며 새로운 용도를 얻었다. 계단이 많고 골목이 비좁은 삼청동이나 경리단길과 달리 성수동은 평지에 대형 공간 확보가 용이해 케이슬롯 운영에 최적화된 물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일까. 케이슬롯동은 젊은 세대가 몰리는 핫플레이스이자 SNS 확산의 파급력이 가장 뛰어난 지역으로 성장했다. 실제로 케이슬롯역의 일평균 승하차 인원은 2018년 5만6000명 수준에서 지난해 8만8000명으로 57%나 늘어났고 지역 경제 규모도 2014년 4365억 원에서 10년 만에 1조5497억 원으로 1조 원 이상 불어났다. 카드 매출액 역시 같은 기간 세 배 이상 확대됐다. 지난해 내국인 방문객 수는 2600만 명을 넘어서며 꾸준히 증가했고 외국인 관광객은 6만 명에서 300만 명대로 폭증했다. 수치로만 보더라도 케이슬롯동은 이제 명실상부한 글로벌 브랜딩 최적지이자 도시재생이 만들어낸 새로운 소비·문화 중심지임을 입증한다.

그러면 이렇게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적 거점으로 자리잡은 성수동과 이곳에서 열리는 케이슬롯의 특징은 무엇일까? 우선 성수동엔 집객력을 키운 ‘중력 모델’도 작용했다. 허프(Huff)의 중력 모델에 따르면 매장의 규모와 밀집도는 고객을 끌어들이는 힘을 배가시킨다. 성수동은 이미 케이슬롯가 군집을 이루는 클러스터로 성장했고 매장이 모일수록 집객력이 더 커지는 ‘누적 유인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집객력이 커진 최근 성수 케이슬롯는 여전히 뜨거운 실험 무대였다. 이니스프리는 성수 디아일에서 ‘레티놀 꽈배기 연구소’를 열어 레티놀과 시카 조합을 미션형 체험으로 풀어내며 MZ세대의 호응을 얻었다. 현대자동차는 캐스퍼 팝업을 통해 도심형 SUV의 라이프스타일 이미지를 공간에 녹여내며 젊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장했다. 스노우맨은 성수동 팝업에서 한정판 굿즈와 팬덤 중심 체험을 결합해 열성 팬들의 대기 행렬과 SNS 확산을 이끌었다. 이처럼 최근 케이슬롯는 초단기 운영, 체험 중심 설계, 굿즈와 SNS 참여 유도라는 공통 전략 속에서 브랜드 메시지를 생생한 경험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체험 그 자체만이 아니다. 브랜드 대화에서 지시적 언어가 참여를 위축시킨다고 경고한 미셸(Michel) 연구팀의 지적처럼 케이슬롯 공간에서 “찍어 올려라”와 같은 명령형 메시지가 아니라 “경험을 나누어 보라”는 초대형 언어가 필요하다. 자발적으로 촬영하고 공유하게 만드는 순간 소비자는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미디어가 된다.

 

요즘 케이슬롯 홍보는 ‘짧게, 강렬하게, 확산되게’

일본의 대표 아이돌 그룹 ‘스노우맨(Snow Man)’의 국내 첫 케이슬롯. 계절의 반전을 콘셉트로 한 ‘한여름 속 한겨울’이라는 이색 테마 속 그룹의 정체성과 스토리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공간으로 조성했다. (출처: 비마이프렌즈)
일본의 대표 아이돌 그룹 ‘스노우맨(Snow Man)’의 국내 첫 케이슬롯. 계절의 반전을 콘셉트로 한 ‘한여름 속 한겨울’이라는 이색 테마 속 그룹의 정체성과 스토리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공간으로 조성했다. (출처: 비마이프렌즈)

소셜미디어 확산성을 연구한 스탠퍼드 대학의 글리고리치(Gligoric)와 동료 연구자들은 메시지가 간결할수록 더 널리 퍼진다고 지적했다. 케이슬롯가 운영 기간을 최대한 압축해 짧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 강력한 파급력을 지닌 성공적인 케이슬롯 운영에는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

첫째, 초단기 운영과 임팩트 있는 콘텐츠다. 평균 3주를 넘기지 않고 사흘 이하의 초단기 케이슬롯도 많다. 짧을수록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방문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 된다. 브랜드는 사전 예약제나 티저 마케팅으로 FOMO를 자극하며 기대감을 높인다.

둘째, 몰입형 체험과 콘텐츠화다. 단순 전시를 넘어 스토리·AR/VR·공연을 결합해 관람객을 참여자로 만든다. 포토존·릴스존을 설계하거나 라이브 스트리밍을 활용해 현장의 경험을 즉시 바이럴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굿즈를 통한 팬덤화다. 한정판이나 커스터마이징 제품은 기념품을 넘어 팬덤의 증표가 된다. 나이키 케이슬롯에서는 한정판 스니커즈와 커스터마이징 서비스가, 레고 케이슬롯에서는 특별 에디션 키트가 공개되며 소비자들의 자발적 확산과 브랜드 충성도를 이끌어냈다.

이제 케이슬롯는 단순한 ‘임시 매장’이 아니다. 브랜드의 메시지를 몸소 체험하게 하고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며 그 과정에서 팬덤과 데이터까지 확장하는 전략적 무대다. 중요한 것은 크기나 화려함이 아니라 끝난 뒤에도 기억과 대화 속에서 살아남아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드는 힘이다. 이러한 힘을 가진 케이슬롯가 순간의 이벤트를 넘어 미디어로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광호

PR 컨설턴트. 하이브월드와이드㈜ 이사로 기업과 제품, 기관과 정책, 장소와 행사의 브랜드 위상을 높이기 위한 PR 컨설팅을 진행한다. 저서로 <뉴노멀 시대의 장소브랜딩>, <도시x리브랜딩(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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