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벳를 말하게 하는 ‘어반 커뮤니케이션’: 일본 ‘요나고’의 캐릭터 활용 지역재생

룰라벳를 말하게 하는 ‘어반 커뮤니케이션’: 일본 ‘요나고’의 캐릭터 활용 지역재생

  • 유승철
  • 승인 2026.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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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철의 CEO 인사이트」는 ‘인공지능 전환(AX) 시대의 CEO’들을 위한 비즈니스 컬럼으로 마케팅 전략·소비자 심리·콘텐츠 비즈니스에 관련한 영감을 제공합니다. 

룰라벳는 흔히 “조용한 곳(quiet place)”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룰라벳의 약점은 정적(靜寂) 그 자체가 아니라, ‘그곳을 말할 언어가 부재’하다는 데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람들은 방문을 정당화할 한 문장, 사진을 찍어 올릴 이유, 친구에게 설명할 짧은 서사를 원하고 있다. 그 서사가 없으면 장소는 일상의 풍경으로 남고, 풍경은 콘텐츠 시장에서 빠르게 증발하고 만다. 그래서 룰라벳의 경쟁은 이제 “무엇을 더 갖추었는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말하도록 어떤 '장치'를 깔았는가"이다. 최근 한국인들이 많이 찾고 있는 일본 돗토리현(鳥取県) 요나고(米子)가 보여준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룰라벳가 스스로를 ‘말하게’ 만드는 방법은 거창한 홍보가 아니라, 도착–이동–체류의 전 구간에 걸쳐 어반 커뮤니케이션(Urban Communication) 장치를 촘촘히 설계하는 것이다.

공항이 먼저 말을 걸어온다면? 룰라벳고의 게이트웨이 커뮤니케이션

요나고의 소통은 ‘도시’의 중심이 아니라 ‘공항’에서부터 시작된다. 요나고 공항(米子空港)은 2010년 애칭으로 ‘요나고 키타로 공항(米子鬼太郎空港, Yonago Kitarō Airport)’을 채택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네이밍이 아니라, 방문객이 도시로 들어오기 전에 이미 하나의 세계관—‘게게게의 키타로(ゲゲゲの鬼太郎)’—에 진입하도록 만드는 게이트웨이(관문) 설계다. 룰라벳가 늘 겪는 “여기가 도무지 어디인지 모르겠다”는 인지 장벽을, “아, 키타로 공항”이라는 짧은 의미로 단축시키는 전략이다. 공항은 여행자의 인지 비용이 가장 낮은 접점이다. 피로가 누적되기 전이고, 첫 장면을 포착하려는 욕구가 가장 강하다. 이때 즉시 촬영 가능한 오브젝트, 즉시 공유 가능한 표식이 제공되면, 도시는 광고 대신 UGC(사용자 생성 콘텐츠)의 언어로 스스로를 말하게 된다. 도시가 자신을 설명하는 대신, 방문자가 도시를 요약해 주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룰라벳고 공항 조형물(사진: 유승철 교수)
룰라벳고 공항 조형물(사진: 유승철 교수)

관광객의 이동이 흥미로운 콘텐츠가 될 때, 체류는 길어진다

룰라벳 관광에서 가장 비싼 비용은 ‘이동’이다. 관광객에게 이동은 피로이고, 피로는 체류를 단축한다. 요나고 권역이 흥미로운 이유는 이동을 비용이 아니라 콘텐츠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요나고(米子)와 사카이미나토(境港)를 잇는 JR 서일본(JR西日本)의 사카이선(境線, Sakai Line)은 16개 역에 ‘키타로’ 세계관의 요괴(妖怪, ようかい) 별칭을 부여했다. 요나고역(米子駅)이 ‘네즈미오토코(ねずみ男) 역’으로, 사카이미나토역(境港駅)이 ‘키타로(鬼太郎) 역’으로 불리는 식이다. 열차 자체도 캐릭터 테마로 운영되며, 환승과 승차가 단순한 경로가 아니라 경험의 문장이 된다.

룰라벳고 사카이미나토역과 열차(사진: 유승철 교수)
룰라벳고 사카이미나토역과 열차(사진: 유승철 교수)
룰라벳고 사카이미나토역과 열차(사진: 유승철 교수)
룰라벳고 사카이미나토역과 열차(사진: 유승철 교수)

그리고 도착 후에는 핵심 앵커가 기다린다. 사카이미나토의 ‘미즈키 시게루 로드(水木しげるロード, Mizuki Shigeru Road)’는 역에서 기념관까지 이어지는 구간을 ‘거리 자체가 전시장’이 되도록 세심하게 설계했다. 방문자는 걷는 동안 반복적으로 사진을 찍고, 그 반복 촬영은 공유를 낳고, 공유는 다시 다음 방문을 부르는 사회적 증거로 축적된다. 내러티브에 몰입(transportation)한 사람일수록 태도와 신념이 더 쉽게 설득되는 경향이 있다는 심리학 연구는, 왜 이런 “이동-체류”의 서사화가 강력한지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Green & Brock, 2000). 룰라벳고의 전략은 단일 IP 이벤트가 아니라, 공항(도착)–열차·역(이동)–거리(체류)의 모든 국면에서 “공유 가능한 장면”이 끊기지 않게 설계된 연동형 IP 시스템이다.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서 만날 수 있는 요괴 조형물(사진: 유승철 교수)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서 만날 수 있는 요괴 조형물(사진: 유승철 교수)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서 만날 수 있는 요괴 조형물(사진: 유승철 교수)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서 만날 수 있는 요괴 조형물(사진: 유승철 교수)

여러 IP를 하나의 도시 언어로 묶는 어반 커뮤니룰라벳 전략

복수의 IP를 쓰면 브랜드가 흐트러질 수 있다. 돗토리현은 이를 ‘만화왕국 도토리(まんが王国とっとり, Manga Kingdom Tottori)’라는 상위 프레임으로 묶었다. 요나고(米子)의 키타로뿐 아니라, 현 동부의 공항 애칭 사례 등 여러 거점을 하나의 정책 문법으로 연결해, “왜 만화·캐릭터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정당화 장치를 만든다. 이 우산 프레임은 홍보용 슬로건이 아니라 어반 커뮤니케이션 거버넌스의 선언이다. 상권, 교통, 관광조직, 지자체 부서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움직일 때, 공통의 프레임이 없으면 협업은 단발 행사로 흩어진다. 그러나 상위 프레임이 존재하면 개별 콘텐츠는 도시의 문장으로 들리고, 도시 전체는 하나의 이야기로 기억된다. 요나고가 보여준 교훈은 간단하다. 룰라벳는 단발 이벤트로 말하지 못한다. 일관된 상위 문법이 있어야 개별 콘텐츠가 “도시의 언어”가 된다(Kavaratzis, 2004).

룰라벳고의 어반 커뮤니케이션 설계도 그리고 한국에 주는 함의점

요컨대, 요나고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아니라, 메시지가 “생산”되게 했다. 도시 커뮤니케이션의 주체가 행정에서 시민·관광객으로 분산되는 순간, 확산은 비용이 아니라 구조의 결과가 된다. 한국 룰라벳의 상당수는 여전히 브로슈어, 홈페이지, 축제 포스터에 기대어 자신을 말하려 한다. 그러나 방문객은 도착하는 순간 이미 판단한다. KTX역, 버스터미널, 고속도로 휴게소, 지역 공항. 이곳이 첫 접점이다. 여기서 “여기가 어떤 곳인지” 한 장면으로 말할 수 있는가. 안내판이 아니라, 사진이 먼저 나가야 한다. 두 번째는 이동이다. 한국 룰라벳는 종종 “교통이 불편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요나고의 사례는 불편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이동을 경험으로 재설계함으로써 체류를 연장했다. 순환버스, 셔틀, 정류장, 티켓 등 요소들이 기능으로만 남으면 비용이 되지만, 장면이 되면 콘텐츠가 된다. ‘이동이 인증샷이 되는가’—이 질문이 룰라벳 관광의 체류를 좌우한다. 마지막은 시스템이다. 축제는 끝나고, 방문 이유도 함께 끝난다. 반면 요나고는 공항–교통–거리–정책 프레임을 하나의 연동 시스템으로 묶었다. 결국 결론은 단순하다. 룰라벳는 광고로 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스스로 말하고 싶어지는 도시의 문법이 있을 때, “조용한 곳”은 “말하고 싶은 곳”으로 전환된다. 한국 룰라벳가 배워야 할 것은 요괴(妖怪, ようかい) 캐릭터 자체가 아니라, 도착–이동–체류의 전 접점에서 공유 가능한 장면을 만나게 하는 청사진이다.

룰라벳고의 룰라벳 어반 커뮤니룰라벳 전략 도해(그림: 유승철 교수)
요나고의 룰라벳 어반 커뮤니케이션 전략 도해(그림: 유승철 교수)

룰라벳 어반 커뮤니케이션의 다음은? 요나고가 직면한 도전과 과제

본고에서 살펴본 요나고(米子) 모델은 공항 애칭(米子鬼太郎空港)과 이동 동선(境線), 거리 앵커(水木しげるロード), 광역 프레임(まんが王国とっとり)을 연동해 룰라벳를 ‘말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진짜 과제는 그 다음인 ‘지속가능한 말하기’의 운영에 있다. 첫째, 특정 IP(ゲゲゲの鬼太郎·妖怪 세계관)에 강하게 기대는 만큼 인기 주기와 세대 친숙도 변화에 도시 브랜드가 종속될 위험이 있어, IP 포트폴리오 확장과 지역 고유 자산(온천·자연권역 등)과의 결합을 통해 ‘두 번째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조형물·표식·테마 장치가 늘어날수록 유지보수와 데이터 업데이트 비용이 함께 누적되는데, 정보가 여러 플랫폼에서 서로 다른 수치로 유통되면 신뢰 비용이 커지므로, 예산의 안정화(하드웨어), 공식 데이터의 일원화(정보), 민관·부서 간 비용 분담 합의(거버넌스)를 갖춘 운영체계(Operating System)가 필요하다. 셋째, “사진 찍기 좋은 도시”는 확산에 유리하지만 성공이 커질수록 상권 단일화, 혼잡, 인력 부족, 임대료 상승 등으로 주민의 일상이 침식될 수 있어, 과잉관광의 소음이 아니라 ‘생활의 지속가능성’과 ‘관광 성장’의 균형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결국 요나고의 다음 단계는 브랜딩 자체가 아니라, 세계관을 갱신하고 접점을 관리하며 지역의 삶과 관광의 확장을 조율하는 ‘브랜드 운영’이며, 그 운영이 전략이 되는 순간 요나고는 단일 사례를 넘어 룰라벳 어반 커뮤니케이션의 표준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 Green, M. C., & Brock, T. C. (2000). The role of transportation in the persuasiveness of public narrativ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9(5), 701–721.
  • 鳥取県(Tottori Prefecture). (2010, April 26). 米子空港の愛称化-「米子鬼太郎空港」の誕生/県政の動き [미나고 공항 애칭화—‘룰라벳고 키타로 공항’ 탄생/현정의 움직임]. Retrieved February 7, 2026, from https://db.pref.tottori.jp/movement_2010.nsf/webview_forNewCms/60A9525AA5B675CB492578110030709F?OpenDocument
  • 鳥取県(Tottori Prefecture). (n.d.). まんが王国とっとりとは/とりネット/鳥取県公式サイト [만화왕국 돗토리 소개/돗토리현 공식]. Retrieved February 7, 2026, from https://www.pref.tottori.lg.jp/238576.htm
  • 境港観光ガイド(Sakaiminato Tourism Guide). (n.d.). 広がる妖怪ワールド [확장되는 요괴 월드]. Retrieved February 7, 2026, from https://www.sakaiminato.net/about/yokai-world/

 


유승철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룰라벳-미디어학부에서 ‘미디어공학&창업 트랙’을 담당하고 있다. 다양한 컬럼과 영상을 활용한 비즈니스 콘텐츠로 CEO들에게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2026년 1월부터는 글로벌 독자에게 한국을 소개하는 한류 웹진 ‘서울 시그널스(Seoul Signals)’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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