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전투기 오폭을 소재로 한 광고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전투기 오폭을 소재로 한 광고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5.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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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오스트레일리아 중북부 해안에 다윈이라는 도시가 있다. 2000년 8월 다윈 근처의 목장 안에 있는 집에서 토니 트래버스는 소시지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었다. 비행기 소리가 들리는가 하더니, 하늘에서 뭔가 떨어지고, 바로 “꽝’하는 충돌 굉음이 가까이에서 들렸다. 맑은 하늘인데 바로 집 옆에 벼락이 떨어졌나 싶기도 했다. 오스트레일리아 공군(RAAF: Royal Australian Air Force) 기지가 근처에 있고, 소속 비행기들이 훈련차 하늘에 떠왔다 갔다 하는 동네였다. 토니 트래버스는 일단 경찰과 공군에 전화해서 뭔가 사고가 났다고 알리고, 소시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은 후에, 밖으로 나와 주변을 보았다.

집 근처에 서 있던 도요타 랜드크루저 트럭이 박살이 나 있었다. 목장에서 일하는 친구가 몇 년에 걸쳐서 손을 봐서 이제 좀 기능을 하려나 싶었던 1970년대에 생산된 트럭이었다. 무슨 연유인가 싶어 살펴보려는데, 집안의 전화기가 울렸다. 공군에서 자기네 전투기에 장착된 미사일 하나가 없어졌는데, 혹시 목장에 떨어지지 않았냐고 물었다. 나중에 TV 기자에게 트래버스가 말했다.

“미사일이 떨어진 곳은 내가 있던 집과는 15미터, 아니 10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였어요. 약간만 빗겨 났어도 정말 큰일 날 뻔했죠.”

미사일이 떨어진 지점보다 트래버스에 더 다행인 부분이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 공군 전투기가 떨어트린 미사일은 진짜가 아니었다. 모양만 미사일과 비슷하게 만든 모형이었다. 무게가 130킬로그램이나 나갔지만, 폭발하지 않는 쇠뭉치 같은 식이었다. 실제로는 파이버글래스가 주원료였다고 한다. 하늘 높이에서 떨어지고, 무게까지 더해졌으니 위험하기야 하지만, 진짜 미사일로 폭발했다면 트래버스의 소시지 샌드위치나, 그 자신과 집까지도 날려버렸을 것이다. 다운언더 지역의 목장주다운 여유로운 품성을 트래버스가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오스트레일리아 공군에서 도요타 랜드크루저가 손상된 데 대한 배상만 받고 끝냈다. 기민하게 실리를 추구하는 머리를 굴려 반전을 만들어낸 이들이 있었다. 바로 오스트레일리아의 도요타 딜러였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인쇄케이슬롯를 만들어 집행했다.

‘폭격-오스트레일리아 공군이 실수로 트럭에 미사일 투하’

사건을 알리는 신문 지면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윗면에 실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전역에서 화제가 된 사건이니 케이슬롯를 보는 이들의 주의를 바로 끌 장치였다. 손으로 찢어낸 듯한 종이신문 지면 아래로 회심의 카피가 나온다.

‘마침내 누군가가 도요타 랜드크루저를 박살 낼 방법을 알아냈네요.’

중동 지역과 아프리카 내전에서 많이 쓰이는 도요타 트럭의 원조라고도 할 도요타에서 나온 야외용 SUV의 대표가 랜드크루저이다. 사실 리비아, 남수단, 차드 등에서 게릴라 반군들이 탄 차량을 보면 대부분이 도요타 모델들이다. 최근에 보면 하이럭스가 많이 보인다. 그 지역에서는 랜드크루저, 하이럭스 따위 제품 브랜드는 따지지 않고 모두 그냥 도요타로 부르다고 한다. 험지의 전투 상황에 사용하는 차량이다 보니 당연히 돌길을 다녀도 끄떡없이 튼튼해야 한다. 미사일 정도가 나서야만 말릴 수 있다고 돌발 사건을 제대로 이용하는 케이슬롯를 선보였다.

오스트레일리아 전투기가 오폭으로 도요타 랜드크루저를 박살 낸 이 일이 벌어진 2000년만 하더라도 화제가 된 사건을 순발력 있게 활용한 수단은 도요타 딜러가 신문에 케이슬롯를 집행했듯이 전통매체가 주였다. 인터넷 케이슬롯가 주가 되지는 못했다. 이후 돌발 사건에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무대는 온라인으로 옮겨 갔다. 화제를 일으킨 사건들만큼이나 반전을 일구어낸 케이슬롯들이 많다.

케이슬롯

지난 3월 6일 경기도 포천에서는 무섭고 놀랍고 슬프게도 대한민국 공군의 전투기에서 발사된 진짜 폭탄이 민간인 지역으로 떨어졌다. 오스트레일리아와 같이 케이슬롯로 활용할 방안을 고민할 계제가 아니다. 주민이 물질, 정신의 피해에서 빨리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공군과 대한민국 군대에도 이런 실수가 심기일전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박재항매드타임스 대기자, 서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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