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드타임스 최영호 기자]게임은 더 이상 단순한 오락 수단이 아니다. 브랜드의 메시지를 담고, 사람들을 연결하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독립 에이전시 옥토퍼스앤웨일을 이끌고 있는 조이 데이비드 티엠포는 올해 D&AD ‘게이밍 앤 버추얼 월드’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아 전 세계에서 출품된 혁신적인 게임 프로젝트를 평가했다. 하드코어 게이머이자 엄마, 그리고 창의적인 기업가로서 활동해온 그녀에게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 산업 속에서 무엇이 진짜 ‘좋은 크리에이티브’인지, 아시아 크리에이티의 잠재력은 어디에 있는지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필리핀 마닐라에 기반을 둔 게임 및 브랜드 경험 에이전시 옥토퍼스앤웨일(Octopus&Whale)의 창립자이자 CEO인 조이 데이비드 티엠포(Joey David Tiempo)입니다. 엄마이자 하드코어 게이머이며, 창의적인 기업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D&AD ‘게이밍 앤 버추얼 월드(Gaming & Virtual Worlds)’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어요.
이번에 심사하신 ‘게이밍 앤 버추얼 월드’ 부문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이 부문은 게임 플랫폼과 가상 공간을 통해 전달되는 획기적인 메시지를 조명합니다. 비교적 새롭게 생긴 부문이고, 게임 산업과 광고 산업의 변화와 함께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어요. 이번이 D&AD에서 이 부문을 세 번째로 심사한 것인데요, 매년 심사위원은 다르지만 언제나 최고의 작품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이번 부문 심사위원으로는 어떤 분들이 함께하셨나요?
심사위원으로는 메타 앤 리얼리티 랩스(Meta & Reality Labs)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총괄인 호르헤 칼레하(Jorge Calleja), 덴츠 크리에이티브 타이완(Dentsu Creative Taiwan)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비비안 초우(Vivien Chou), 드루이드 크리에이티브 게이밍(Druid Creative Gaming)의 창립자 겸 CEO인 클라우디오 리마(Claudio Lima), 유비소프트(Ubisoft)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누엘 레인허(Manuel Reinher), 그리고 EBONIX의 창립자 겸 CEO인 다니엘 우도가라냐(Danielle Udogaranya) 등이 함께했습니다.
올해 심사위원단이 중점적으로 본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진정성 있고, 목적이 분명하며, 정교하게 완성된 작품을 찾았습니다. 사람들이 시스템 베팅을 하고 싶게 만들고, 동시에 창의 산업과 시스템 베팅 산업을 모두 전진시킬 수 있는 작업을 높이 평가했어요.

올해 D&시스템 베팅에서 두드러졌던 크리에이티브트렌드는 무엇이었나요?
본격적인 시스템 베팅 회사들이 점점 더 많이 출품하고 있고, 해마다 수상작을 내고 있습니다. Xbox의 Gaming Tourism, 슈퍼셀의 Clash of the Past, 올해의 Microsoft Everyday Tactician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에요. 이 작품들은 이제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와 함께 적극적으로 공동 창작에 참여하는 게이머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는 지양해야 할 트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회성 이벤트, 성의 없는 제품 배치, 전통적인 방식의 시스템 베팅 내 광고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어요. 게이머들은 자신이 즐기는 시스템 베팅에 시간, 돈, 정체성, 심지어 우정까지 투자합니다. 브랜드가 시스템 베팅 안에 들어올 때는 단순히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미 있게’ 참여해야 해요. 이제는 시스템 베팅을 단순한 미디어 채널로 보지 말고,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한국의 시스템 베팅 생태계는 정말 크고 창의적인 가능성도 풍부한데요, 이상하게도 이 지역에서 출품된 작품은 많지 않았어요. 왜 그런지 궁금했어요. 개인적으로는 2024 롤드컵 개막 공연이 정말 인상 깊어서, 꼭 e스포츠 부문에 출품되었으면 했습니다.
아시아 광고 산업이 가진 고유의 특성과 도전 과제가 있다면요?
우리는 종종 아시아를 하나의 큰 문화권으로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문화적으로 매우 다양해요. 예를 들어 남미는 대부분 공통 언어를 사용하지만, 아시아는 그렇지 않아서 공동의 스토리텔링을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D&시스템 베팅의 심사위원 네트워킹 저녁 자리에서 저는 중국과 대만 심사위원들과 함께 ‘아시아 테이블’에 앉았는데요,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소통하기 어렵더라고요. 외부에서 보기에는 하나의 그룹처럼 보였겠지만, 실제로는 중국과 대만조차도 문화적으로 뚜렷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차이는 아시아의 강점이자 약점이에요. 우리는 종종 ‘아시아’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묶이지만, 아직까지는 진정으로 함께 협력하거나 공통된 목표를 공유할 계기를 찾지 못한 것 같아요.
아시아의 크리에이티비티가 글로벌 영향력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이 질문에 제가, 필리핀 사람으로서 답하는 것이 조금 어색하기도 해요. 왜냐하면 한국이야말로 아시아 크리에이티비티를세계로 알리는 데 있어 가장 뛰어난 나라니까요. 우리는 K-팝의 세계적인 성공 사례에서 많은 걸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광고든 시스템 베팅이든, 우리는 더욱 당당히 아시아적이어야 하고, 다양한 배경을 자랑스러워해야 해요. 동시에, 우리만의 뉘앙스를 세계가 당연히 이해해줄 거라고 기대하지 말고, 우리의 이야기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문화를 숨기지 말고, 넉넉하게 나누는 자세가 중요해요.

마지막으로 한국의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 특히 차세대 크리에이티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페이커처럼 되세요. 자신의 실력을 철저히 연마하고, 맡은 역할에서 압도적인 존재가 되길 바랍니다.
요즘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수상작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있는 것 같아요. 일부 수상작이 실제 대중보다는 심사위원만을 대상으로 만든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D&시스템 베팅에서는 게이밍 부문을 광고 중심의 형식에서 벗어나, 실제 게이머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작품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실제 게이머였기 때문에, 결과를 꾸미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조언은 이거예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클라이언트와 손잡으세요. 이 업계는 싱글 플레이어가 아니라 협력 플레이로 움직입니다. 좋은 클라이언트는 최고의 동료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실제 프로젝트 기반의 작업이 수상으로 이어질 확률도 훨씬 높습니다.
결국 광고도 하나의 시스템 베팅이에요. 그리고 페이커처럼, 자신의 분야를 완전히 마스터했을 때 비로소 승리할 수 있습니다.
조이 데이비드 티엠포는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게임 및 경험 디자인 에이전시 옥토퍼스앤웨일의 창립자이자 CEO다. 그녀는 칸 라이언즈, D&AD, 원쇼 등 세계적인 광고 및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바 있으며, 다양한 글로벌 시상식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중 창업에 성공했으며, 현재는 네슬레, SM, 필리핀항공 등 필리핀의 대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조이는 젊은 창작 인재의 성장을 돕는 데 열정을 가지고 있으며, 필리핀 최초로 게이밍 문화 강좌를 개설해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게이머이자 멘토, 강연자로도 활약 중이며, 최근에는 책임감 있는 게이머 양육을 주제로 한 팟캐스트 ‘케리 키타’를 남편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