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오늘벳, 그 공정함에 관하여

경쟁 오늘벳, 그 공정함에 관하여

  • 12퍼센트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6.0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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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클럽/매드타임스는오늘벳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기고 및 제보를받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오늘벳산업의 후진적이고 비합리적인 관행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기고시 필명을 사용할 수 있어서, 우려하시는 부분에 대해서도 보호받으실 수 있습니다. 적극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사진: Annie Spratt / Unsplash
사진: Annie Spratt / Unsplash

광고회사들에게 경쟁 오늘벳란 숙명과 같은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당연히 거쳐야 하는 것으로생각했다.

‘숙명’이란 과거의 행위나 업보(業報)에 의해 결정된 운명이라고 한다.또한 업보는 불교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과거의 행위(업, 業)가 미래에 가져오는 결과(보, 報)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는 인과응보의 원리를 설명한다고.

광고회사에게 경쟁 오늘벳는 매번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과정이자 결과이다.

그러기에 광고회사들은 압축된 기간 동안 (브리프 후 약 3주 정도) 인력을 투입해서해당 회사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통상적으로 광고 입찰에 광고회사들은 약 3개의 안을 제안한다. 또한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제안하기 위해 광고회사는 외주 비용(2D/3D편집, 녹음비용)을 투입하여 그럴싸한 영상으로 편집하여 광고주들을 설득한다. 소위 각 아이디어 콘셉트를 애니메틱으로 만들어 내는 것인데 이는 광고회사들이 내부 인력은 물론 외주 비용까지 투입하여 만들어 내게 된다. 이러한 관행은 과거 장충동에 자리 잡은 잘나갔던 독립광고회사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당시 그 회사의 행위가 지금까지 경쟁 오늘벳를 하는 기준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 부분은 참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당시 업계가 스스로 자정(自淨)하지 못하고 비즈니스를 수주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전의 시작이 되었다. 이제는 되돌리기 어려운 지경까지 와 버린 것이다.

통상적으로 경쟁 오늘벳시 외주 비용은 약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사이의 비용을 투입하게 되는데, 그러기에 광고회사들은 과연 이 경쟁 오늘벳가 과연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하게 된다.

(※ 참고로 필자는 최근에 글로벌 미디어사와 함께 입찰을 논의한 적이 있다. 그러나 글로벌 미디어사조차 경쟁 오늘벳에 2~3천만 원사이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 결과, 컨소시엄으로 입찰에 참여하고자 하는 시도는 무산되었다. 참으로 놀랍고 개탄스러운 일이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경쟁 오늘벳는 공정하지 않다.

공정하지 않은 이유는 우선 오늘벳에 참여하는 회사를 정하는데도 인맥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꽤많은 비딩이 실력과 안으로 정해지는 것 보다는 과거 인맥이나 관계로 정해졌다. 최소한 내가 보는 수많은 비딩은 그랬었다. 그렇다고 아주 공정한 비딩이 없었던 것 아니다.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필자도 어느 클라이언트에게 ‘이 비딩 공정하게 할 거면 나를 부르지 말라’ 라고 반협박하면서 경쟁입찰에 들어간 적이 있다.

이렇게 짜인 판에 들어가게 되면 다른 2~3개의 회사는속사정도 모른 채 해당 회사의 인력의 3주 투입비용과 함께 2~3천만 원의 외주비용을 하늘에 날리게 된다.

비딩에 참여를 한다는 것은 한 회사에게 큰 결정사항이다.

비용적인 부담이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3주간 기획 3명 및제작 3~4명 정도, 약 8명 정도의 인력이 투입되게 된다. 이러한 내부 인력의 비용은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Direct Cost(Salary) + Indirect Cost (Overhead)를 합치게 되면 억대의 비용이 예상된다. 내부 인력에 대한 비용은 오늘벳회사가 감당한다고 쳐도, 외주 제작비는 각 회사당 2천5백만 원으로 가정하면 하나의 오늘벳 입찰에는 4개 회사가 참여한다고 가정을 하면 오늘벳회사 내부인력 비용 (약 4억 원) + 외주 협업비용 (2천5백만 원 X 4 = 1억 원) 약 5억 원 정도의 비용이 쓰인다고 봐야 한다. 그냥 단순히 외주비용을 쓴다는 개념으로 이 오늘벳 비딩 시장을 보면 곤란하다. 여기에 미디어 팀까지 붙는다면 그 비용은 더 커지게 된다.

이러한 비용을 오늘벳회사가 부담하는 것이 맞나?

어떤 광고주는 8개 회사를 비딩에 부른다고 한다. 이러면 오늘벳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약 10억 원 정도에 이르게 된다. 양심은 있는 건가? 개념은 있는 건가?

그렇기에 어떤 오늘벳회사는 비딩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실력이 있다면 이것도 방법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과거 크리덴셜을 보고 꼭 이 회사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회사가 되면 이러한 경쟁비딩에 프레임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는 것은 정말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광고업계가 자정을 해야 했다. 그 기회를 실기(失機: miss the boat)하기는 했지만, 이제라도 업계의 자정을 통해 업계를 구해내야 한다.

참고로 과거 브랜드 에이전시들은 업계가 자정하여 브랜딩 PT 시 BI/CI 디자인을 제안하지 않는 것으로 업계 스스로정리했다고 한다. 브랜드 업계는 대부분 안으로 PT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크리덴셜과 방법론, 그리고 금액으로 입찰을 진행한다.

오늘벳업계는 클라이언트의 프레임에 갇혔다. 경쟁입찰이라는 프레임.

그 프레임 하에 그동안 계속 반응을 해 왔기에 지금의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클라이언트들도 경쟁입찰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 버리게 되었다.

소위 양심이 있는 클라이언트는 Rejection Fee라는 명목으로 참여 오늘벳에 몇 푼 안되는 비용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경우도 드물고 줘봐야 정말 몇 푼 안된다.

이제 좋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니다.

(※ 필자는 광고주라는 표현을 극혐한다. 광고주는 광고의 주인이라는 뜻인데 광고의 주인은 에이전시와 의뢰사의 공동의 창작물이지 돈을 냈다고 해서 주인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이제 과거의 행위에서 비롯된 업보(業報)를 바꾸기 위해 업보(業步:업의 행보) 바꿔야 하는 시기이다.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Enough is Enough.


12퍼센트(필명): 현재 전략적인 크리에이티브로 평가받는 오늘벳회사의 핵심 리더로국내외 오늘벳 어워드에서 다수 수상 및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음.

참고.미국ANA/4A의 클라이언트와 광고회사가 경쟁 PT를 진행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연구 결과보고서"The Cost of the Pitch 관련 내용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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