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드타임스 하인즈 베커 칼럼니스트]읽기, 쓰기, 듣기, 보기, 말하기.모든 인간은 다섯 개의 지느러미를 달고 세상에 던져진다. 각각은 생존의 기술이자, 의사소통의 기관이며, 존재를 증명하는 감각이다. 하지만 이 다섯 가지는 자라면서 무게중심을 바꾼다. 읽는 능력은 얕아지고, 쓰는 감각은 날이 무디며, 듣는 힘은 사라진다. 그 빈자리를 보기와 말하기가 차지한다. 본다는 이유로 안다고 착각하고, 말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해했다고 믿는다.
현대인은 너무 빨리 말하고, 너무 가볍게 본다. 스크롤은 손가락보다 빠르고, 댓글은 생각보다 앞선다. 하지만 말은 설명이 아니며, 시선은 해석이 아니다. 진짜 디자인은 이 다섯 개의 감각이 균형을 이룰 때 만들어진다. 디자인은 단지 시각적 결과물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와 연결되는 다섯 개의 뿌리를 어떻게 쓰느냐에 달린 일종의 감각 체계다. 그래서 디자인에는 말보다 침묵이, 시각보다 맥락이, 형태보다 리듬이 먼저다.
읽기란,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 끈질김이다. 한 문장을 반복해 음미하고, 문맥을 따라 걷고, 저자의 의도와 나의 오독 사이에서 끝내 의미를 건져내는 집요함이다.
쓰기란, 표현이 아니라 분투다. 자신의 언어로 세계를 옮겨보려는 시도, 때로는 실패하면서도 다시 손에 쥐는 문장, 그것이 쓰기다. 이해하지 못한 것을 쓰지 말고,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써 내려가야 한다.
듣기란, 소음을 넘어서 타인의 의미에 귀를 기울이는 훈련이다. 행동할 수 있을 때까지 듣는 것, 무언가를 ‘알았다’고 말하기 전에 그 말을 몸에 새기는 과정이다.
보기란, 이미지와 본질 사이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훈련이다.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꿰뚫는 것이다. 본질을 포착할 때까지 보는 것, 그게 진짜 ‘디자인’의 시작이다.
말하기란, 설득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는 싸움이다. 주장보다 근거, 정보보다 감정, 말보다 리듬이 중요한 건 그 때문이다. 말을 많이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설득할 수 있을 때까지 말해야 한다.
이 다섯 감각은 회의실의 한 문장, 포스터의 여백, 인터페이스의 버튼 하나에도 스며든다. 디자인은 결국, 감각을 배분하는 기술이다. 읽고 쓰고 듣고 보고 말하는 다섯 개의 감각이 진정한 균형을 이루는 순간, 우리는 제5가상 바카라를 획득한다. 이 가상 바카라는 다름 아닌 ‘이해’다. 디자인은 결국 이해의 기술이며, 감각을 훈련하는 노동이다. 디자인이란 형태의 싸움이 아니라 감각의 조율이다. 그 조율의 끝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외계인의 침략으로부터 이 세계를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