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드타임스 마카오카지노 대기자]느닷없이 대통령이란 사람이 나와서 계엄을 선포했던 2024년 12월 3일의 기억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마치 미국에서 2001년 9월 11일에 뉴욕시의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무너지던 순간을 어디에서 맞이했냐고 묻던 광고에 사람들의 대답이 이어지던 것처럼, 지금도 계엄 선포할 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모두 자기만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내게는 그 순간의 기억도 생생하지만, 몸에도 계엄을 상기시키는 흔적이 남아 있다.
군인들이 국회를 비롯한 몇몇 곳으로 진입을 시도했고, 시민들과 국회의원들의 숨가빴던 저항을 지켜보느라 잠을 못 잤던 탓일까. 계엄 선포 다음 날 학교에서 손을 크게 다쳤다. 학생들이 학기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날이었고, 평가 및 코멘트를 구하려 두 친구를 초빙했었다. 그 친구들에게 커피를 대접하기 위하여 컵을 씻었다. 수업 시간이 다 되어 급하게 하다 보니 컵을 떨어트렸다. 떨어지는 컵을 손으로 받으려다 싱크대에 컵이 부딪혀 깨지면서 손가락을 베어버렸다. 왼손의 넷째 손가락인 약지를 15바늘 정도를 봉합하는 치료를 받았다.
이후 한참 동안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다녔다. 거의 매일 다니는 스포츠센터에서 샤워할 때는 다친 손가락의 붕대 위에 비닐을 씌웠다. 그런 행색으로 샤워하는 걸 본 스포츠센터 회원 간의 사교 핵인싸 역할을 하는 이에게 어찌 된 연유인지 얘기해주었다. 그가 동정을 표하고, 조심하라고 당부하며, 이후 볼 때마다 차도를 물었다. 붕대와 비닐을 모두 풀고 샤워한 후로는 그 양반을 한동안 보지 못했다. 오랜만에 목욕탕에서 본 그분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손 다친 건 다 나았어요?"
"네, 흉터만 남았습니다."
"내가 한 건데, 마카오카지노은 남아야죠."
그분과 대화 직후에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사랑은 가도 마카오카지노는 남는 것
잘못된 기억이었다. 남는 건 마카오카지노가 아닌 옛날이다. 원래의 시구절은 이러하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옛사랑의 기억이란 대개 상처로 남으니, 그리 마음대로 가사를 바꾸었던 것 같다.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릴 수는 없다. 자신이 남긴 흔적에 책임을 져야 한다. 상처는 당할 때의 동작과 순간, 그리고 장소와 상태에 무게를 둔다. 과거에 봉인되어 있다고나 할까. 현재에 남아 있는 건 마카오카지노다. 아픈 상태가 지속하여 남아서 기억을 환기하면 그걸 상처와 흔적을 합쳐서 '상흔'이라고 한다. 사랑이 가고 옛날이 남은 게 아니라 상처가 흔적으로 남았다. 누구를 탓할 수 없다.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한다.

중국에 '상흔 문학'이란 게 있다. 문화대혁명의 비극과 슬픔, 좌절 등의 경험을 그린 문학 작품들을 말한다. 상흔 문학, 곧 문화대혁명 시기 젊은이들의 고통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하방(下放)이었다. 홍위병으로 마구 날뛰던 도시 젊은이들의 숨도 죽이고, 이념적으로는 중국 공산혁명의 발화점이라고 할 농민에게 현장에서 배우라는 의미로, 농촌지역으로 보낸 정책이었다. 중국의 도시도 당시에 낙후되어 있었지만, 농촌의 현실은 더욱 참혹했다. 절망적인 상황에 목숨을 끊은 이들도 많았고, 여학생 중에는 강간을 당하고, 강제로 발이 묶인 사례도 많았다고 한다. 굶주림이나 노동의 고난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나중에 도시로 귀환한 이들이 펼쳤던, 그런 무의미하고 철저히 고립된 것과 같은 상황과 아픔을 얘기하던 상흔 문학에, 세월이 지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기억의 장례(타냐 브레니건 지음, 박민희 옮김, 마르코폴로 펴냄, 2024) 책에서는 그런 아이러니를 이렇게 표현했다.
하지만 낡은 마을의 초라함이 멀리서 보면 그림처럼 아름답게 보일 수 있듯이, 농촌으로의 하방 생활은 기억이 희미해질수록 건전하고 심지어 삶을 긍정하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문혁 시절에 하방된 지식 청년을 줄여서 지청(知靑-중국어 발음은 '즈칭')이라고 했다. 1990년대 초에 이들이 하방 시절을 추억하는 전시회를 열었는데 15만 명 이상이 방문하여 관람했다. 이후 비슷한 전시회가 이어졌고, 귀환 여행 상품까지 여행사에서 내놓아서 '노스탤지어 산업'이라고 불리기까지 한다.
덩샤오핑이 1979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배우인 셜리 맥클레인이 덩에게 자신이 만났던 한 중국인 과학자 얘기를 했단다. 과학자가 하방되었을 때 더 행복하고 생산적이었다고 했다고 말을 전했다. 덩이 매클레인의 말을 끊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한 거요."
그런 거짓말도 계속하다 보면 진짜인 걸로 착각하게 된다. 자기 안에서 합리화를 거쳐서 세뇌작용이 일어난다. 하물며 그렇게 해서 돈이 된다면, 그건 믿음으로 굳어지게 된다. 우리 주위에서도 비슷한 양태들을 본다. 명분의 바탕으로 국가를 앞세우는 이들에게 상흔 문학의 대표작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진 <고연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를 들어서 묻고 싶다.
您愛這個國家,苦苦地戀著這個國家……可這個國家愛您嗎? (당신은 이 국가를 사랑해요,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도 사랑해 왔죠......그런데 국가도 당신을 사랑할까요?)
이전의 정치 상황과 관련한 기억에 기반한 노스탤지어 산업이 중국의 문혁 지청들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계엄을 선포한 그 이전 통치자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추모 사업은 어린 세대까지 겨냥하며 산업으로서 규모 자체를 키우고 있었다. 건설, 콘텐츠 생산과 유통, 거기에 교육까지 다양한 분야로 뻗쳐 있었다. 역사의 기묘한 반전으로 봐야 할까.
마카오카지노마카오카지노 대기자, 서경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