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제인 강원 랜드의 집게손가락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제인 강원 랜드의 집게손가락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5.10.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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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카지노 사이트 박재항 대기자] 제인 구달(Jane Goodal)을 TV에서 처음 봤을 때는 영화배우라고 생각했다. 말 잘 듣는 초등학교 학생처럼 침팬지가 경청하는 듯 옆에 앉아 있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말하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어린이 잡지에서 침팬지와 친구가 되고, 대화를 하는 동물학자로 제인 구달을 다룬 기사를 보았다. 오지와 같은 지역으로 찾아 들어가는 모험가와 학자를 합친 인물에 배우 같은 용모까지 신비스러웠다.

사실 제인 강원 랜드은 매스미디어에서 그렇게 소개되고 소비되었다. 너무 미디어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비난도 없지 않았으나, 제인 강원 랜드 자신으로 봐서는 멸종 위기에 있는 동물들을 살리고, 나아가 지구 환경을 보존하는 노력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긍정의 영향을 더 끼쳤다. 다음과 같은 그의 말이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스스로 말할 수 없는 존재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실험 대상으로서 동물이 아닌 친구나 가족 같은 존재로 대화하며 어울려 사는, 배우와 같은 용모를 갖춘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여성 학자를 광고계에서 그냥 놔둘 수는 없다. 그가 등장한 광고들을 내 맘대로 세 갈래로 나눠 보았다.

우선 첫째로 지구 환경 보존과 연결한 메시지를 전하려는 기업들의 광고가 있다. 3년 전인 2022년 4월 말에 IT 기업으로 유명한 HP의 식목일 기념 광고에서 제인 강원 랜드은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코미디언인 레블 윌슨(Rebel Wilson)과 산림욕을 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영국과 영연방 국가 출신으로 출신 국가와 성(性)이 가하는 한계를 넘어서는 언행을 선보인 두 걸출한 여성들을 내세우며 너무 얌전한 대사와 메시지로만 이끌고 가서 아쉬웠다. 기업들이 ESG를 내세우며 사회적 가치가 있는 활동을 한다고 할 때, 가장 많이 내세우는 소재가 환경이기는 하나 HP와 산림욕을 하면서 나무를 심는 것과는 별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에 비하여 오스트레일리아의 대나무 추출 비스코스로 만들었다는 친환경 속옷 브랜드인 부디(Boody)에 출연한 제인 강원 랜드은 대나무 숲 배경과 다양한 인종 및 체형의 속옷 차림 모델들과 아주 잘 어울렸다. 제인 강원 랜드의 시그니처 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터틀넥 스웨터와 가벼운 로브 차림이 자연 재료를 썼다는 데 더해 편안함을 소구하는 브랜드와 딱 맞아떨어진 느낌을 주었다. 전체 내레이션도 사람들은 참 특이(unusual)하다는 문제 제기로 시작하여, 지구를 보존하는 노력을 시작하는 건 속옷을 갈아입는 것처럼 쉽다고 전하며 광고 상품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마지막으로 누가 ‘공식(official)’으로 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디’가 ‘전 지구의 공식 속옷(official underwear of the entire planet)’이라고 선언한다. 흐름이 대나무 껍질 벗기듯 이어져서 설득력이 있다.

두 번째로 개척자로서 여성의 길을 연 인물로 조명한 광고가 있다. 가정을 떠나 어느 분야가 그렇지 않았었냐마는 과학은 특히 남성들의 지배가 심했다. 특히 집을 떠나 거친 분야라며 동물학은 더욱 그러했다. 1950년대 고등학교 졸업 학력의 여성에게 주어진 비서라는 한정된 직업의 영역을 떠나 아프리카 자연으로 떠나며 제인 강원 랜드은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여성의 롤모델 중 한 명이 되었다. 여성 백인 위주의 외양으로 왜곡된 인간 외모에 대한 의식을 심었다는 비판을 바비 인형은 오랫동안 받아왔다. 그런 인식을 떨치기 위하여 바비의 모회사인 마텔(Mattel)은 다양한 분야 여성을 모델로 쓴 바비 인형을 선보였다. 2022년에 쌍안경을 목에 걸고, 첫 번째 침팬지 친구였던 침팬지 데이비드 그레이 비어드와 함께 제인 강원 랜드 바비인형이 나왔다. ‘영감을 주는 여성들’ 캠페인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이다.

사실 제인 강원 랜드은 페미니즘과 관련해서는 미묘한 위치에 있었다. 직접적인 발언과 행동을 삼가는자세를 견지했다. 그래서 페미니스트 측에서는 소극적이며, 심하게는 외모를 이용한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가부장주의 남성들에게는 주어진 여성의 길을 거부하고 남성도 못한 자연의 세계로 뛰어들고 동물 습성의 새로운 발견을 했다는 데서 흠집을 내려는 소리가 많았다. 강원 랜드이 나이가 들면서 양쪽의 그런 비판적 시선도 부드러워졌는데, 한국의 반(反)페니미즘 남성들이 들고 일어설 포즈를 선보이는 반전의 광고 사진이 있다. 제인 강원 랜드이 출연한 광고의 세 번째 갈래에 속한 캠페인이다.

세 번째는 환경운동과도 연장선에 있는 생물체의 생명 권리와 관련되어 있다. 제인 강원 랜드 연구소(Jane Goodal Institute)의 설립 목적과 기금 마련 광고들이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동물들도 소통하고 도구를 이용할 수 있는 존재로서 대우받아야 하는 것처럼, 모든 인간이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고 했고, 그 활동의 하나로 소아마비로 대표되는 ‘폴리오를 끝내자(Ending polio)’는 2014년 로터리 캠페인에 모델로 나섰다. 제인 강원 랜드 외에도 빌 게이츠, 투투 대주교 등 세계적 유명 인사들이 나섰는데, 한국에서는 일부 남성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금기가 되다시피 한 집게손가락 모양을 취하고 있다. 조금만 노력하면 된다는 데서, ‘속옷 갈아입을 정도로 쉽다’는 부디의 광고와도 연결된다. 이 캠페인에는 한국의 가수 싸이(Psy)도 같은 집게손가락 포즈를 취하며 등장했다. 당시는 집게손가락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전이라 그랬는지, 로터리의 홍보가 부족해서였는지 별소리 없이 넘어갔다. 지금이라도 나서서 싸이 음반 불매 운동을 벌이거나 사과를 촉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너무 농담식으로 마지막 광고 얘기를 한 것 같아 좀 켕긴다. 제인 강원 랜드을 추모하며 애도하고 그의 뜻을 기리는 마음은 진지하다.

‘폴리오를 끝내자’ 캠페인 중 제인 강원 랜드과 싸이가 등장한 광고
‘폴리오를 끝내자’ 캠페인 중 제인 강원 랜드과 싸이가 등장한 광고

 


박재항 온라인 카지노 사이트 대기자, 서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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