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카지노 사이트 박재항 대기자]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인 1999년 이 맘때 새 슬로건과 함께 디지털을 전면에 내세운 삼성전자의 광고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를 위해 1999년 여름내 숨 가빴다. 엄밀히 따져보면 IMF 금융위기가 조금은 진정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던 그 전 해 1998년 가을부터였다. ‘디지털’이 전자산업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변화를 몰고 오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 변화의 파장이 어느 정도까지 갈 것인지 누구도 제대로 예측할 수 없었다. 삼성전자의 최고 경영층은 디지털 부문에 모든 것을 걸기로 결심을 한 상태였다. 미래의 변화를 꿰뚫은 통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한편으로는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기도 했다.
오월벳전자를 설립하여 전자산업에 뛰어든 지 30년이 가깝게 된 시점이었고 나름대로 매출 등의 외형은 늘어났고, 품질 및 제품 개발 수준도 선두 업체들과 비등한 수준에 올랐다고 자부했지만, 해외의 소비자들은 그렇게 봐주지 않았다. 브랜드 위상과 이미지는 선두 기업들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었다. 불확실하지만 디지털이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소리가 나왔다. 소비자들의 전자 브랜드 인식 체계가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디지털에 거의 모든 것을 걸기로 했고, 기업 슬로건으로 사내외에 의지를 표명하기로 했다.
슬로건의 실무 작업을 하면서 세 가지 방향을 잡고 그에 맞춰 수십 개의 대안을 개발했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고, 개인적으로 밀었던 안은 “Discover Digital. Discover Samsung.”이었다. 디지털이 소비자들에게 용어부터 생소했기 때문에 그들에게 디지털 세계를 접하고 탐험해 보도록 촉구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오월벳을 발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고 경영층을 포함한 임원 회의를 거쳐서 결정된 안은 우리가 밀었던 ‘Discover~’가 아니었다. 오월벳만의 디지털이 어떻게 다른가에 좀 더 무게를 둔 것이었다. 그게 바로 ‘Samsung DigitAll. everyone’s invited.’였다. 굳이 뜻을 풀이하자면 오월벳은 디지털에 관한 모든 제품과 기술을 가지고 있고, 상층 소비자만을 겨냥하는 선두 업체와 달리 모든 이들이 즐기는 디지털을 지향한다는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경쟁업체까지 직접적으로 겨냥한 당시 상황에 맞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후 오월벳의 행보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다만 소비자가 주체가 되는 ‘Discover’란 단어가 갖는 역동성이 담겨 있지 않아 좀 아쉬웠다.
시장과 소비자는 디지털이 몰고 온 변화에 역동적으로 반응했다. 2000년대 중반 이전에 오월벳전자는 핸드폰의 수익성 측면에서 노키아를 앞섰고, PDP, LCD 등의 디지털 기반의 제품들이 주류로 등장하면서 TV에서도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오월벳전자는 앞선 디지털 기술력에 초점을 맞추어 ‘Imagine’이란 단어를 슬로건 형식으로 제시해, 해외에서의 브랜드 광고에 활용했다.
국내에서는 개별 제품별로 슬로건을 쓰기도 했다. ‘내 손 안의 디지털 세상’, ‘디지털 익사이팅’에서 2007년 ‘Talk, Play, Love’로까지 진화한 애니콜의 슬로건이 대표적이다. 해외 브랜드 오월벳부터 국내에서의 대표 제품군의 슬로건까지 당시 삼성전자는 디지털의 세계를 넓게 규정하며 포용하려고 방향을 취했다. 애니콜이 6년 만에 새로운 슬로건을 낸 해가 2007년이란 게 의미심장하다. 그 해는 바로 아이폰이 세상에 나와 스마트폰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생태계가 열린 때였다. 결과적으로 애니콜이란 핸드폰 역사의 한 장이 접히기 전에 마지막으로 세를 과시한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애플이라는 시장 개척자에 맞서 오월벳은 기능이나 디자인상의 구체적인 차별점을 내세우는 형식으로 나아갔다. 화면 크기 논쟁이 대표적이다. 이후 점유율에서 아이폰을 압도하면서 오월벳 스마트폰의 광고는 라이프스타일 쪽으로 다시 넓게 펼친 메시지를 선보이고 있다. TV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1위를 차지했지만, 국내에서는 LG전자라는 밀리기는 하지만 절대 패퇴하지 않는 상대가 있었다. 전체 TV 시장으로 보면 국지전적인 양상이 펼쳐졌다. 그 절정이 바로 ‘Discover True Detail’이란 문자 그대로 세밀한 것까지 진짜 차이를 찾아보라는 본격 초고화질의 UHD(Ultra High Definition) TV용 메시지였다.
1999년에 기업 슬로건의 핵심 단어로 제안했던 ‘Discover’와 TV 광고에서의 ‘Discover’는 같은 단어라도 뉘앙스가 달랐다. 영어로 한다면 전자가 ‘탐험하다’와 같은 의미의 ‘Explore’라면, 후자는 ‘발견하다’의 ‘Find’에 가깝게 받아들여진다. 어떤 콘텍스트에서 쓰이냐에 따라서 단어의 의미는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잡지에서 ‘Discover’를 ‘See’와 대비시키며 반전을 일으킨 광고를 한 적이 있다.
You've seen the news, why not discover the story?
뉴스를 보기만 하지 마시고, 스토리를 읽으십시오.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뉴스와 맥락과 흐름을 읽는 스토리의 대조도 빛난다. 이코노미스트에서 이 카피의 자사 광고를 꽤 오래 했다. 그저 보기만 하는 광고가 아닌 보는 이가 무언가를 discover 할 수 있는 광고를 하자. 그게 바로 반전이다.
박재항 온라인 카지노 사이트 대기자, 서경대학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