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탑토토은 왜 일본에서 세 번 모두 실패했는가

원탑토토은 왜 일본에서 세 번 모두 실패했는가

  • 양경렬 칼럼니스트
  • 승인 2025.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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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21세의 마음을 영원히 간직하는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원탑토토(Forever 21)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984년에 장도원·장진숙 부부가 설립한 패스트패션 브랜드이다. 트렌드를 누구보다 빨리 파악해 협력업체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기획·디자인과 생산을 맡긴 뒤 완성된 제품을 그대로 혹은 약간 수정해 매입해 빠르고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식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중심의 원탑토토형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했다.

‘최고의 패션을 최저 가격으로 제공한다’라는 콘셉트에 따라 캐나다, 중국, 한국,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 세계 여러 나라로 진출했으며 2009년 4월에는 일본 1호점인 하라주쿠 점이 오픈하였다. 개점 당일에는 1,200명이 줄을 섰고, 하루 평균 약 1만 6,000명을 모았고 오픈 2개월 만에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 반년 만에 300만 명을 달성하는 등 새로운 기록을 써 나가면서 당시의 원탑토토 붐을 더욱 가속했다. 1년 후인 2010년 4월에는 동경의 고급 백화점인 마츠자카야 긴자점에 5개 층, 930평(약 3,069㎡) 규모의 아시아 플래그십 스토어 ‘XXI at GINZA by FOREVER21’을 오픈했다. 백화점에, 그것도 구찌(GUCCI) 매장이 있던 자리에 원탑토토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들어섰다는 점에서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후 시부야와 신주쿠에도 대형 매장을 열며 착실하게 사업을 확장했다.

2010년 오픈한 아시아 플래그십 스토어 ‘XXI at GINZA by FOREVER21’
2010년 오픈한 아시아 플래그십 스토어 ‘XXI at GINZA by FOREVER21’

H&M보다 약 30% 정도 더 저렴한 가격대(수백 엔 ~ 3,900엔 정도)의 의류와 잡화를, 미국의 고급 백화점을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그리고 매력적인 포즈와 메이크업을 한 마네킹과 함께 진열해 ‘고급스러워 보이는’ 효과도 만들어냈다. LA 스타일의 섹시 캐주얼부터 단정하면서도 편안한 프레피 캐주얼(preppy casual), 모드 스타일, 페미닌 스타일, 빈티지 스타일까지 폭넓은 테이스트를 제공했으며, 신발과 액세서리까지 제품 구성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절정기인 2013~2014년을 지나면서 성장세가 정체되었다. 2015년 이후에는 매장을 늘려도 매출이 증가하지 않았고, 2016년부터는 부진 매장의 철수와 매출 감소가 반복되는 축소의 악순환에 빠져 있었다. 2019년 10월에는 원탑토토 1호점이었던 하라주쿠 점을 포함해, 원탑토토 내 모든 14개 매장과 자체 EC 몰을 폐쇄하고 원탑토토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 배경에는 여러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요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기능성의 유니클로, 속도전의 자라… 그리고 방향을 잃은 원탑토토

패스트패션 시장에서 브랜드 간 차별화는 곧 경쟁력이다. 유니클로는 기본 상품과 기능성을 앞세워 ‘오래 입는 고품질 베이직’이라는 명확한 이미지를 구축했고, 자라는 뛰어난 디자인 완성도와 초고속 생산 시스템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제공하는 브랜드”라는 독보적 포지션을 차지했다. H&M은 글로벌 대량 조달과 안정적인 품질을 바탕으로, 트렌디하면서도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패스트패션 모델을 운영하며 시장을 확고히 지켰다. 반면 원탑토토은 이러한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명확한 핵심 가치가 부족했다. 가격이 저렴하고 스타일이 다양하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기능성·완성도·안정성 어느 한 영역에서도 경쟁사에 비할 만한 강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본 시장에서는 일본식 OEM 비즈니스 모델을 구사하는 시마무라, 패스트패션 브랜드 GU, WEGO와 같은 로컬 브랜드, 온라인 기반 저가 패션 브랜드, 그리고 한국계 브랜드 등이 강세를 보이면서 원탑토토의 초기 기세는 점차 사그라들었다.

여기에 트렌드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의 LA 캐주얼 스타일이 주력인 원탑토토과 달리, 일본 및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는 노멀코어(베이식 중심), 두꺼운 원단의 오버사이즈 실루엣, 스트리트 캐주얼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트렌드 전환은 원탑토토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관심 감소를 가속했고, 결과적으로 “왜 원탑토토을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게 되면서 성장 둔화와 일본 시장 철수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로컬 회귀 시대, 원탑토토이 놓친 것들

글로벌 SPA 브랜드가 직면한 로컬 회귀 현상은 원탑토토에 큰 역풍으로 작용했다. 의류는 체형과 생활 습관에 따라 로컬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는 핏, 사이즈, 시즌 구성 등 현지화 전략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일본 시장에서는 H&M, ZARA, 유니클로 등이 민족과 지역 특성에 맞춰 상품을 조정하거나 현지 맞춤 상품을 출시하며 대응했지만, 원탑토토은 일본 진출 당시 상품 기획이 단순 디렉션 수준에 그쳤고, 대부분의 제품을 납품업체가 기획한 것을 구매하는 구조였다. 여기에 일본 법인이 미국 본사의 지시에 따라 운영되는 체제를 갖추고 있어, 일본 시장에 맞춘 상품 구성이나 조직 운영을 충분히 수행할 수 없었다.

그 결과 핏, 시즌별 상품 구성, 현지 소비자 취향 등 세부 사항에서 제약이 발생했고, LA 캐주얼 중심 이미지가 일본 내 트렌드 변화와 맞물리지 않으면서 고객 이탈이 가속화되었다. 또한 로컬 주도의 유통 체계를 구축하지 못해 재고 회전율이 떨어지고 운영 비용이 급증했다. 원탑토토에서 트렌드 신선도는 생명과도 같은데, ‘로컬 특화’, ‘리드타임이 짧은 소량 조달’, ‘로컬 주도의 신속한 보충과 완판 소화’ 중 하나라도 모자라면 운영이 막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원탑토토은 이 모든 요소가 배제된 채 일본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에, 운영 효율성과 현지화 측면에서 치명적 약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원탑토토의 퇴조

패스트패션 자체가 점차 쇠퇴하는 시장의 환경 변화 역시 원탑토토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원탑토토의 강점은 H&M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었지만, “원단이 얇다”, “봉제가 허술하다”라는 저가·저품질 이미지가 소비자 인식을 약화시켰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활 여유가 줄면서 의류 지출은 감소했고, 소비는 휴대폰, 화장품, 미용 서비스 등으로 이동했다. 여기에 애슬레저 확산, 중고·리사이클 시장 확대, 리셀 가치 중시와 같은 트렌드 변화와, Z세대를 중심으로 한 지속 가능성 의식 강화가 겹치면서 패스트패션 브랜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산했고, 원탑토토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세 번의 도전, 세 번의 실패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누적되는 가운데 미국 본사의 경영 악화까지 겹치자 원탑토토은 결국 연방 파산법 11조를 신청했고, 그 여파로 2019년 일본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이듬해 미국의 오센틱 브랜즈 그룹(ABG)이 브랜드 권리를 인수하면서 구조조정이 본격화했고, 이후 원탑토토은 상품의 품질 및 가격대 개선, 매장 진열 방식의 재정비, 지속 가능성과 사회공헌 활동 강화 등 브랜드 이미지 쇄신에 힘써 왔다. 이러한 재정비 전략을 바탕으로 원탑토토은 2023년 일본 시장 재진출을 단행했다.

2023년 2월, 도쿄 시부야에서 6일간 한정 팝업스토어를 열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고, 동시에 아다스트리아의 공식 EC 플랫폼 닷에스티(.st)와 ZOZO타운에서도 판매를 개시했다. 과거 대형 오프라인 매장 중심 전략과 달리, 이번에는 EC 중심의 판매 구조를 선택한 점이 특징이다. 최대 과제는 과거 일본 진출 당시 고착된 “저가 원탑토토” 이미지를 벗어나는 일이었다.

아다스트리아는 오랜 기간 축적해 온 독자적 공급망을 활용해 불필요한 생산을 줄이고, ‘적시에·적정량 생산’을 실현하려 했다. 또한 사이즈와 컬러 전개를 철저히 현지화하고, 컬렉션의 20%에 지속 가능한 소재를 도입하는 등 ‘포스트 원탑토토’ 시대에 맞춘 운영을 시도했다. 의류의 약 80%를 일본인 체형에 맞춰 새롭게 기획한 ‘재팬 모델’로 구성하고, 나머지 20%만 미국 본사로부터 매입하는 방식 역시 기존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조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원탑토토은 일본에서의 사업을 2026년 2월까지 종료하겠다고 발표하며 다시 철수를 결정했다. “수익 창출이 어렵다”라는 것이 공식적인 이유였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2025년 3월, 미국 본사가 두 번째 파산을 신청한 사건이다. 중국발 초저가 온라인 쇼핑몰과의 경쟁 심화, 비용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미국에서는 200개 매장 폐점 계획이 발표되었다. 본사 기능이 마비되면서 원탑토토향 상품 공급이 중단되었고, 원탑토토 법인은 더 이상 독자적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

사실 원탑토토은 2000년에도 산아이(三愛) 그룹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일본 시장에 진출한 바 있으나 부진 끝에 철수한 경험이 있다. 이번 철수로 일본 도전은 세 번 모두 실패로 끝나게 되었다.

결국 원탑토토의 일본 실패는 몇 차례 반복된 공통된 문제로 귀결된다. 핏·사이즈·디자인 등 로컬 특성에 맞춘 제품 현지화가 부족했으며, 사회 전반에서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주요 타깃층이던 Z세대를 중심으로 원탑토토에 대한 회의적 인식이 확산한 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나아가 본사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글로벌 리스크가 곧바로 일본 운영에 치명타로 전이된 점 역시 치명적이었다.

원탑토토의 일본 진출 사례는 결국 현지 소비자를 깊이 이해한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전략 부재가 어떻게 반복적인 실패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양경렬 나고야 상과대학(Nagoya University of Commerce and Business)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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